나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는 사람인가
이미 내린 결정과 미루고 있는 결정 안에서,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을 관찰합니다.

나는 한동안 이상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.
누군가와 한 약속은 거의 반드시 지켰다. 마감이든, 만남이든, 별것 아닌 약속이든. 근데 나 자신과 한 약속은 달랐다. 이런저런 이유가 생겼고, 내일로 미뤄졌고, 어느새 흐지부지됐다. 남한테는 철저하면서 나한테는 왜 이렇게 느슨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.
그래서 한번 실험해봤다. 타인과의 약속을 대하는 것처럼 나 자신과의 약속을 대해보자고.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, 정해놓은 기간 동안 예외 없이.
해보고 나서 알게 된 건, 그게 단순히 실행력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거다. 나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의 문제였다.
[우리는 결정의 결과만 본다]
결정을 분석할 때 보통 결과에 집중한다.
맞는 선택이었는지, 잘 됐는지.
그런데 그보다 더 많은 걸 보여주는 게 있다.
그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머릿속에서 어떤 순서로 생각이 움직였는지다.
- 어떤 감정이 먼저 올라왔는지
-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
- 무엇이 확인되어야 움직일 수 있었는지
여기서 하나의 구분이 생긴다.
이미 내린 결정에는 그 사람이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담겨 있다.
계속 미루고 있는 결정에는 그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.
[이미 내린 결정이 보여주는 것]
이미 내린 결정들을 들여다보면 나오는 건 전략이 아니다.
오래 써왔지만 잘 몰랐던 자신만의 패턴이다.
예를 들어, 타인과의 약속에는 높은 기준을 적용하면서
자신과의 약속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.
아무도 안 보니까.
어겨도 티가 안 나니까.
이 경우 부족한 건 실행력이 아니다.
아무도 안 볼 때도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경험이 쌓여야 생기는,
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다.
[미루고 있는 결정이 보여주는 것]
미루고 있는 결정을 들여다보면 더 선명한 것들이 보인다.
사업을 하는 사람이 제안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해보자.
머리로는 거절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안다.
모두의 타이밍이 맞지 않을 수 있고, 그건 실패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.
그런데 실제로 행동이 안 된다.
이럴 때 미룸 안을 들여다보면 보통 거절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다.
그 거절이 자신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지는 게 두려운 것이다.
초라해 보이는 것. 작아 보이는 것.
많은 사람들이 이런 미룸을 신중함이라고, 전략이라고 포장한다.
그런데 실제로는 보호에 가깝다.
가만히 있으면 거절당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으니까.
문제는 그러면서 예스라고 할 사람들도 함께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.
[패턴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]
그렇다고 이 패턴이 나쁜 건 아니다.
지금까지 써온 결정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보호해왔고,
여기까지 데려온 방식이다.
중요한 건 그 패턴을 모를 때와 알 때의 차이다.
모를 때는 패턴이 자동으로 작동한다.
알게 되면 그걸 의식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.
[결정 앞에서 꺼내볼 질문 두 가지]
나는 지금 실제로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는가?
무엇을 잃을까 봐 멈춰 있는가?
이 질문들은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지 않는다.
이미 내 안에서 진행 중인 결정을 드러낼 뿐이다.
그리고 일단 보이면 달라진다.
자동으로 끌려가는 대신, 따라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.